이게 어찌된 일인지? 2020년이 이렇게 될 지는 아무도 몰랐다. 중국 처음 들어본 지역에서 전염병이 돈다고 했을 때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수백명 죽었다는 뉴스처럼 별로 걱정이 없었다. 중국이 코로나에 휘청할 때도, 한국에 확진자가 폭발할 때도, 호주에 첫 확진자가 나올 때도 곧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호주는 lock down으로 집에서 삼시 세끼 먹고 인터넷 쇼핑 말고는 무언가를 사 본 적도 없고 유흥이라고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그리고 컴퓨터 오락만 하는 생활을 한 달 꽉 채워서 지내고 나니 이제는 전의 생활로는 돌아 갈 수 없을 거 같다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만약 정말 돌아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게 될까? 코로나가 감기처럼 치사율이 높은 그냥 계절성 유행병이 된다면?

전에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거 같았던 많은 직종이 재택근무로 변경되어 호주의 거의 모든 콜센터는 이제 콜이 없다. 모두 컴퓨터에 앉아서 채팅으로 진행된다.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도 가능하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고 또한 재택근무가 그렇게 비효율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모든 슈퍼는 여전히 캐쉬어가 있고 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만 무인계산기가 더 마음이 놓인다. 전에도 나같은 경우는 무인계산기를 주로 사용했지만 안 쓰던 사람도 사용하기 시작한 게 보인다.

인터넷 쇼핑으로만 한 달 살아 보니 굳이 쇼핑센터에 안가도 살 수 있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할 일 없으면 쇼핑센터 가서 지나가다 아무거나 이쁘다고, 못 보던 거라고, 세일 중이라고 사던 와이프가 인터넷으로 가격까지 체크하면서 최저가 찾아서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호주는 배송에 1주일 정도 걸릴 때가 있는데도.

전에는 모든 국민이 세금을 안내면 정부가 바로 망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모든 가정에 $750불(60만원정도) 주고 사업체에 600만원씩 지원해도 안 망하는 걸 보니 정말 부자들에게 세금 왕창 뜯어서 전국민 기본 소득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테니스 못치고 사람 안 만나고 집에만 있으면 전에는 스트레스 받고 힘들 줄 알았는데 한 달간 가족들이랑만 시간을 보내니 서로 같이 놀 거 찾아서 같이 시간 보내고 같이 바람 쐬러 나가고 먹고 싶은 거 찾아서 재료 사다 같이 해 먹고 하니깐 가족끼리 더 돈독해지고 가족이 곧 친구가 되었다.

집에서 유치원 다니는 아들 전에는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 적이 없는데 집에 하루 종일 있으니 이것 저것 인터넷에서 찾아서 프린트도 해 주고 유튜브에 교육적인 거 있으면 찾아서 보여 주고 또 한 달씩 3만원 정도 내고 영어, 수학 가르쳐 주는 코스도 옆에 앉아서 같이 하고 하니 도리어 유치원 가서 뛰어 놀다 오는 것 보다 배우는 게 더 있는 거 같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만약 이 생활이 우리 남은 인생의 모습이라도 그 또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고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니 이 또한 새로운 New Normal 한 삶이라 적응해서 잘 살 수 있으니라. 이렇게 생각하니 또한 마음이 편해진다.

격리 한 달째 호주에서 누군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