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처음 시작 때 베트남 이민을 생각하고 착실히 준비해서 3월 이 시점에 떠날 예정이였는데 2020년이 이렇게 바뀔지는 정말 몰랐다. 2019년 12월 31일에만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았고 2020년 왠지 꽉찬 그 모양처럼 나에겐 굉장히 희망적인 해였는데.

중국에서 우한이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지역에서 요상한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뉴스 때만 해도
중국에 수천명씩 감염되었다는 뉴스 때만 해도
호주에 확진자가 몇 명 있다는 뉴스 때만해도
한국에 확진자가 폭증한다는 뉴스에도 나에겐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내 2020년 계획이 변경될 줄이야. 옛날에 재미있게 했던 Plague 라는 오락이 생각난다.

Plague Inc 라는 바이러스 개발해서 전세계 어떻게 퍼지는지 지켜보는 게임

코로나바이러스 뉴스가 연일 나와도 3월 중순에 이민 가려고 이거저거 준비하면서 안 쓰는 물건부터 팔고 집 노티스 주고, 차 팔려고 내 놓고 비행기표 수화물 빵빵하게 채워서 끊어 놓고, 우선 도착해서 지낼 AirBnB 3베드룸으로 좋은 거 잡아 놓았는데

2월 말 한국 사람은 무조건 입국이 안될 꺼라는 소문에 서둘러 비자 신청했는데 한국 국적인 와이프 비자는 취소가 되었다. 호주에 있는 베트남 대사관에 문의하니 호주에 살아도 한국여권은 무조건 비자 발급이 안된다는 안내.

베트남은 여권으로 여행이력을 검색할 방법이 없어서 여권으로밖에는 한국체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폭증할 때만해도 걱정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호주라 우리 계획에는 영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예 못가게 될 줄이야. 호주에서 한국행 비행기도 팍 줄어서 들어가기 어렵고, 베트남도 와이프 비자가 없어 못 들어가니 호주에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어 서둘러 다 캔슬하려고 여기 저기 뛰어 다녔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얘기하고 사정 얘기하니 다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에 무제한 딜레이 시켜줘서 우선은 호주에 계속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국제 미아가 될 뻔했는데 있을 곳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유럽은 초토화되고 호주도 스멀스멀 늘어나고, 호주에서는 사재기로 휴지가 없더니 이젠 쌀이랑 파스타가 동이나고 호주 정부에서 경기침체로 우려로 무차별 현금을 살포한다고 하고 이나라가 저나라를 막고 저나라가 이나라를 격리시키는 이 난리통에

어제 나의 베트남 회사는 설립이 완료 되었다. 이 회사는 이 전쟁통을 무사히 견디고 돈만 들어가는 유년기를 온전히 지나 액수가 우습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진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내 베트남 회사는 시작부터 이 상태다.

현재는 베트남 회사보다 나와 내 가족의 생존부터 걱정해야 할 단계이니 1~2달은 우선 집에만 있으면서 자발적 사회적 왕따 생활을 진행해야겠다.